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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by 히가시노 게이고 / 반타_탐정클럽 데뷔 40주년 복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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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8-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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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반타 출간일: 2025년 6월 16일 장르: 소설 / 일본소설 페이지수: 348쪽 작가 소개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최고의 셀러 작가. 1958년 오사카 출생. 오사카 부립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하였다.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동급생》 《라플라스의 마녀》 《가면산장 살인사건》 《몽환화》 《위험한 비너스》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 《녹나무의 파수꾼》 《숙명》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동화 《마더 크리스마스》,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을 출간하는 등 다양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다작하는 작가인 것도 알고 셀러 작가인 것도 알지만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오래전에 읽은 책 두 권이 전부다. 그것도 탐정물과는 거리가 먼 책인데 일단 선호하지 않는 장르였기 때문에 외면을 했다. <장미와 나이프>는 순전히 딸이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담아놓았던 책이다. 딸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제목 때문인지 내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먼저 펼쳐 보았다. 책에 대한 정보도 없이 시작했었다. 다 읽고 나서는 많이 올드한데....라는 생각으로 책 소개를 살펴보니, 그럼 그렇지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개정·복간된 단편집이었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기교적인 트릭과 따뜻한(때로는 잔혹한) 인간 심리의 결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는 비밀스러운 조직인 탐정 클럽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각 단편의 플롯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완결된 ‘밀실의 장치’와 치밀한 반전이 독자의 긴장을 조절하지만, 그 아래에는 가족, 신뢰, 욕망이라는 보편적 테마가 끈질기게 자리한다. 각 단편은 불필요한 부연을 최소화하고 핵심 단서만으로 반전을 조직한다. 단편이라는 형식의 제약을 오히려 긴장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돋보인다. 의뢰인 또는 제3자의 증언과 탐정의 역추리를 교차 배치하다 보니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쳐 올드 한 감이 있다. 여기서 제공된 정보의 신뢰성을 스스로 판단하며 나름의 추리를 해보게 된다. 감전·위장 자살 등 기술적 장치는 단순한 장치로 그치지 않고 인물의 동기와 윤리적 선택을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한다. 반전이라면 범죄 자체보다 범죄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침묵·변명·거짓말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본질이다. 이로써 모든 방법이 곧 ‘관계의 폭로’로 이어지면서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씁쓸함까지도. 표제작 <장미와 나이프>는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작품으로 상징성이 가장 도드라지며, 감정적 여운이 가장 길게 남는다. 어찌 보면 좀 막장스러운 면도 있다. 둘째 딸의 혼전 임신 소식을 계기로 사건은 촉발이 되어 아버지는 아이의 아버지를 찾으려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미해결 사건인 첫째 딸의 사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딸의 임신은 단순한 가정사가 아니라, 과거 사건을 해명할 단서가 되고, 가족 내부에는 숨겨진 진실과 은폐된 기억이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제목이 암시하듯 ‘장미’는 사랑과 보호, ‘나이프’는 진실, 분리, 혹은 파괴의 도구다. 각 단편 속 인물들은 장미를 지키려다 나이프에 찔리고, 나이프를 꺼내 진실을 밝히려다 장미를 짓밟는다. 그 대비가 주는 윤리적 긴장감이 돋보인다. 일상의 공간(마트)을 범죄 무대로 전환시키며 ‘일상 속의 위선’을 드러낸 <위장의 밤>은 조사 과정에서 오래된 원한·재산 문제·그리고 은밀한 거래가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기술적 트릭을 통해 범죄의 설계도를 보여주며, 계획된 범죄의 차갑고 계산적인 면을 부각한 <덫의 내부>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동기·금전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복수·배신·위장 살해라는 복합적 플롯으로 확장된다. 어머니의 죽음 뒤 가족의 태도 변화와 딸의 진실 추적하는 <의뢰인의 딸>은 가족 내부의 비밀, 특히 소통의 단절과 감정의 억압에서 발생한 비극적 결말임이 드러난다. 탐정 클럽을 이용하는 의뢰인의 계략과 통쾌한 반전이 돋보였던 <탐정 활용법>은 탐정이 의뢰인들을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점이 흥미롭다. 탐정 소설의 매력은 반전이다. 그렇다고 반전의 쾌감만을 제공하는 추리 집은 아니다. 히가시노는 퍼즐을 맞추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퍼즐을 맞힐 때 생기는 인간관계의 상처와 도덕적 고민을 함께 보여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라면 ‘누가 범인인가’에 더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범행의 심리·윤리적 동기, 사회 구조의 영향 등을 드러내면서 공감 또는 연민의 여지를 남긴다. 작가의 최근작 <가공법>도 궁금해진다. 우선은 지인에게 받은 <신참자>부터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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